2014.05.23
떠나면서 드리는 기도 (2000. 11. 12 이별예배설교)

떠나면서 드리는 기도


오늘의 말씀/요17:1-26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이제 마지막 설교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지난 4년간 저는 설교 전문을 주보에 꼬박 꼬박 실어 드렸습니다. 물론 다음 주일 주보에 싣습니다. 그런데 이제 다음 주는 제가 더 이상 여기 있지 않기 때문에 저의 설교가 주보에 실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다음 주면 제가 여러분 곁에 없는 것을 실감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은 예배인도자가 바뀐 것을 보고 체감할 것입니다. 그 다음은 주보에 저의 설교가 실리지 않은 것을 보고 이별을 체감할 것입니다.

저는 오늘 설교는 원고를 작성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저 지난 13년간의 과거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 추억과 그 도전, 그 영광과 그 감동, 그 회한과 그 절망, 그리고 우리들의 비전과 몸부림에 관해 그저 회상하고 추억하고 이야기하고 기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제 저는 작게는 지난 4년간의 원고 설교에서 해방되어 여러분 앞에 섭니다. 그 해방은 단순히 원고 설교에서의 해방이 아니라 여러분을 섬기는 고난과 기쁨의 사역에서 해방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어떤 분이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라는 책을 쓴 걸 보았습니다. 구본형이라는 그 분은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을 통해서 진정한 자신의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그런 논지의 말을 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막상 익숙한 것과 결별하려니 한없이 불안하고 또 아쉽습니다. 지금 이 시간까지도 교우 여러분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웃고 떠들고 성경공부하고 상담하고 찬양하고 말씀 나누고 이런 지금의 시간이 단절되리라는 상상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 결별을 할 때가 되었습니다. 한없이 아쉽고 또 한없이 걱정이 됩니다. 한없이 애틋하고 또 한없이 여러분이 사랑스럽습니다. 이제 저는 없을 것인데 저 없는 여러분은 또 어떻게 견딜지.. 저 없는 여러분은 또 누가 위로하며 누가 힘을 줄지... 이런 생각에 착잡해지고 만감이 교차하게 됩니다.

저는 이 순간을 맞으면서 진작부터 요한복음 17장을 준비하고 묵상했습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이 감람산에서 체포되기 직전에 제자들을 위해 기도하시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외람되지만, 그 때의 예수님의 심정이 딱 제 심정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만큼 저는 지금 여러분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싶습니다. 제자들을 두고 떠나야 하는 예수님의 애틋한 심정은 11,12절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 나는 세상에 더 있지 아니하오나 저희는 세상에 있사옵고 나는 아버지께로 가옵나니 거룩하신 아버지여 내게 주신 아버지의 이름으로 저희를 보전하사 우리와 같이 저희도 하나가 되게 하옵소서. 내가 저희와 함께 있을 때에 내게 주신 아버지의 이름으로 저희를 보전하와 지키었나이다. " (요17:11-12)

그래서 저는 예수님의 흉내를 내어 이렇게 기도하고자 합니다.

“ 아버지 하나님, 이제 저는 더 이상 구미에 그리고 동녘교회에 있지 않습니다.그러나 저희 교우들은 동녘공동체에 계속 남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제 주님의 명령을 따라 새로운 사역지로 가게 됩니다. 거룩하고 능력이 크신 주님이시여! 저희 교우들을 굳게 붙잡아 주시고 강력하게 인도하여 주소서. 특히 위로하시고 힘주옵소서.
제가 저희 교우들과 함께 있을 때에는 서로 사랑의 공동체로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부족한 힘을 다해 주 하나님의 이름으로 저희 교우들을 험한 골짜기와 이리로부터 보호하고 지켜 내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제가 여기 있지 않습니다. 하오니 이제는 주님께서 지켜 주실 차례입니다. 특히 성령으로 충만케 하시고 보전하여 주십시오. 후임 목회자에게 능력을 갑절이나 더하시어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 딸들을 성령 가운데서 풍성하게 보전하도록 도와주소서. 모세와 여호수아처럼, 엘리야와 엘리사처럼, 바울과 디모데처럼 그렇게 믿음의 계승이 이뤄지게 하소서. 무엇보다 사랑하는 공동체가 하나 되게 하소서. 추운 바람이 몰아칠 때 서로 모여 몸을 부대끼며 체온을 데우는 양떼들처럼, 서로 몸을 비비어 하나 되는 사랑의 공동체가 되게 하옵소서. 이제 저는 떠나지만, 떠남으로써 영원히 저희 교우들 가슴속에 사랑으로 남아 있게 하여 주십시오! “

한없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이 기도가 하나님 앞에 상달되어 2천 년 전의 제자들처럼 세상을 정복하시기를 빕니다.

“ 아버지께서 나를 세상에 보내신 것 같이 나도 저희를 세상에 보내었고..”(18절)

고아와 같이 버려진 것 같은 여러분에게 성령님의 폭발적인 임재가 함께 하여 불안도 걱정도 의기소침도 다 잊고 용감무쌍한 승리의 사역자들이 다 되시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보석 같이 아름답고 순전한 우리 교우들!

“ 그러므로 너희가 일깨어 내가 삼년이나 밤낮 쉬지 않고 눈물로 각 사람을 훈계하던 것을 기억하라” (행20:31)

풀밭에 앉았다가 일어나면 풀은 누워 흔적을 만듭니다. 하물며 지난 13년간 부대낀 자리가 왜 없겠습니까? 그러나 그 빈자리가 생각나 저의 얼굴이나 음성이 그리워질 때면, 제가 눈물로써 섬기던 그 주옥같은 말씀을 대면하시기 바랍니다. 말씀은 여러분을 그리스도에게로 인도할 것입니다. 풍성한 위로와 치유의 근원 되시는 우리 주님, 감동과 사역의 근거가 되시는 그 주님에게로 말씀은 여러분을 인도할 것입니다. 그래서 바울도 3년이나 정들었던 에베소 교회와 눈물로써 작별하면서 자신을 기억하라가 아니라 훈계하던 것을 기억하라고 했나 봅니다.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우리 교우 여러분!
우리가 서로 작별을 고한 지난 3주간은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습니다. 울면서 보낸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너무나 성숙한 결정을 내려 주신 우리 교우들께 저는 감사와 자부심을 느낍니다. 우리의 믿음의 길에는 시련은 있지만 절망은 없는 것 잘 아시지요? 그런 성숙하고 단단한 믿음으로 승리의 소식 전해 주시고 기쁨의 해후를 할 수 있기를 빕니다.

마음이 냉정해지지 못해 두서가 없습니다. 할 말은 많은데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황망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끝을 맺을 때가 되었습니다. 진심어린 마음으로 이제 축복의 기도를 드립니다.

" 마지막으로 말하노니 형제들아 기뻐하라 ! 온전케 되며 위로를 받으며 마음을 같이 하며 평안할지어다 ! 또 사랑과 평강의 하나님이 너희와 함께 계시리라 거룩하게 입맞춤으로 서로 문안하라...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교통하심이 너희 무리와 함께 있을지어다 ! " (고후13:11-13)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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